대법원은 최근 신탁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가 수탁자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수익자설을 취한 종전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그리고 그 후속조치로 대법원은 부동산신탁의 설정단계와 관련한 부가가치세에 대하여 중요한 2건의 판결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017. 6. 15. 선고 2014두6111 판결문에서 "주상복합건물 신축공사의 시행사인 원고가 시공사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채무의 이행에 갈음하여, 부동산신탁회사와 미분양 건물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부동산신탁회사가 그 미분양 건물을 처분한 매각대금을 수익자인 시공사에게 지급하기로 약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과세관청은 원고가 공사대금채권자인 시공사를 수익자로 지정하여 신탁계약을 체결한 것이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함을 전제로 원고에게 부가가치세 부과처분을 하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러한 수익자 지정이 신탁재산의 이전과 구별되는 위탁자의 수익자에 대한 별도의 재화의 공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대법원은 2017. 6. 15. 선고 2014두13393 판결을 통해 "원고는 2007. 7.경 대한주택보증 주식회사와 사이에, 원고가 아파트신축·분양사업과 관련하여 수분양자에게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을 때 대한주택보증이 분양보증을 이행하기 위하여 신탁부동산을 분양·처분하기로 하는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대한주택보증에게 신탁등기를 마쳐주었다"고 밝혔다.

이어 "위 신탁계약은 대한주택보증이 환급이행 등을 한 경우 신탁재산을 처분할 수 있고, 그 처분금액은 신탁사무처리비용과 대한주택보증의 원고에 대한 채권의 순서로 사용하는 것으로 규정하였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이후 시공사의 부도로 2010. 1. 위 공사가 중단되자, 대한주택보증은 분양계약자들에게 계약금과 중도금을 환급한 후, 원고에게 보증채무이행금액 등의 상환을 청구하였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과세관청은 대한주택보증이 분양계약자들에게 환급책임의 이행을 완료하고 원고에게 보증채무이행금 상환청구를 함으로써 건축 중이던 미완성 건물의 실질적 통제권이 대한주택보증에게 이전되었고, 이는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에게 2010년 1기분 부가가치세의 부과처분을 하였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대한주택보증이 주택분양보증계약에 따라 분양대금을 환급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건물에 관하여 원고로부터 대한주택보증에게 신탁계약에 따른 신탁재산의 이전과 구별되는 재화의 공급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최근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종래 대법원 판결은 신탁부동산의 처분에 관하여 신탁의 수익자가 부가가치세 납부의무를 부담하였다.

그리고 이를 전제로 행정해석은 신탁재산에 대한 사용·수익 및 처분 등에 관한 권한(실질적 통제권)이 누구로부터 누구에게 언제 이전되었는지를 기준으로 부가가치세법상 재화의 공급 여부를 판단하여 왔다.

이에 따라 실무는 위탁자가 신탁의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의 실질적 통제권을 이전한 경우에는 위탁자가 수익자에게 세금계산서를 발급하고 부가가치세를 납부하였다.

그런데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하여 신탁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가 수탁자로 변경되었고, 이는 신탁의 설정을 위하여 위탁자로부터 수탁자로 부동산이 이전되는 것에 대한 부가가치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번에 선고된 2건의 대법원 판결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종래의 행정해석은 적용되기 곤란하게 되었다.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종전 대법원 판례에 대하여는 실무가 및 학계로부터 많은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한 판례변경 자체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된 이상 그에 따른 후속조치로 신탁설정 단계와 관련한 부가가치세 납부의무자를 고쳐잡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보인다.

그러나 종전 대법원 판례 및 행정해석을 전제로 수많은 사건의 세무처리가 행해져온 상황에서 변경된 판례에 따라 종래의 진행 중인 실무를 일일이 고치는 비용과 번거로움은 적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전원합의체 판결에 의한 판례변경 대신, 종래의 판례를 유지하되 부가가치세법 시행령을 고쳐 장래효를 갖게 하는 것은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이미 선고된 전원합의체 판결을 돌이킬 수는 없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부가가치세법의 나머지 쟁점이 해명되어 세법관계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해본다. [참고 판례 : 대법원 2017. 5. 18. 선고 2012두22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