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조사는 국내의 제품을 해외에 팔 수 있는 지, 팔 수 있다면 어느 나라에 팔 수 있는 지, 어떻게 팔아야 하는 지에 대하여 사전에 조사하는 활동이다. 해외 시장조사는 분명히 국내 시장조사와는 다르다. 국내 시장조사는 일단 내가 아는 국가와 시장의 일반 사항이 있다. 그리고 그 시장에서 내 물건일 팔릴 수 있는 지, 어떻게 누구에게 팔아야 할지를 조사하는 활동이다.

그런데 해외 시장조사는 내가 알지 못하는 외국의 어느 시장에 팔 지를 고민하고 이를 풀어가는 활동이다. 그렇다면 북한시장 조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비슷한 점보다는 다른 점이 더 많다. 북한 시장은 GDP로 따지면 2016년 1인당 1천 달러를 넘겼으니, 남한의 70년대 정도라고 보면 된다. 같은 나라이지만 분명 다른 시장이다.

국내 시장조사는 이미 한국이라는 익숙한 시장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남한에 대하여 별도로 조사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북한 시장조사는 북한 소비자에 대한 사항과 더불어 1) 남북한 시장을 둘러싼 전반적인 환경 2) 북한의 상업 활동 현황, 3) 북한내 경쟁사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북한 시장조사는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거의 모든 면에서 다른 시장에 진출할 때 따르는 비용과 위험의 최소화하는 데 더 중점을 두어야 한다.

1) 북한의 전반적 상황
어떤 장사를 하던 지 간에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장사는 없다. 아무리 내가 잘해도 환경이 잘못되면 모든 나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안되면 되게 하라!'라는 해병대식 구호도 소용없다. 안될 만한 곳에서는 하지 말고, 될 만한 곳에 집중하여 더 노력하는 것이 낫다. 날씨가 더운 곳에 가죽 잠바를 팔려고 해봐야 팔리지 않는다. 자동차도 그렇다. 핀란드같이 추운 곳은 난방이 중요하고, 필리핀같이 더운 곳은 냉방이 중요하다. 미국이 이라크하고 전쟁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는 데 이라크에 진출했다가 큰코다친 회사들 많다.

우리는 이제까지 남한이라는 협소한 지역에서만 살아서 한반도가 작고 변화가 많지 않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남북한으로 따지면 남쪽 끝 제주도에서 북쪽 끝 온성시까지 거리를 재보면 약 1100킬로가 넘는다. 날씨의 차이로 따지만 계절이 달라질 수있다. 한 겨울에 서울은 지낼 만한 영상온도이지만 불과 조금 더 올라간 철원은 영하 10도는 넘는 때도 다반사이다.

이처럼 자연적, 문화적 환경이 상당히 달라진 북한에서 마케팅하려면 일단 북한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 지역이 되었는 지 전반적인 내용을 알아야 한다. 무조건 뛰쳐 들어간다고 되는 게 아니다. 남한 시장은 일체성이 매우 높았다. 하지만 북한은 분명 다른 시장이다. 심지어는 국기, 국가마저 따로 쓰고 있다. 이런 일반적인 상황을 알면 시장 진출 가능성을 대략으로 나마 짐작해보아야 한다. 그리고 팔면 얼마나 팔 수 있는 지도 감을 잡을 수 있다. 그런 다음에 어떻게 팔 것인지를 고민하며 평양이나 나선시장에서 상업 활동 적응 가능성 여부를 조사를 해야 한다.

2) 북한 시장에서 상업 활동 적응 가능성 여부 
일본에 차를 팔려면 차의 구조를 바꾸여야 한다. 우리는 운전대가 왼쪽에 있지만, 일본은 오른 쪽이다. 차의 구조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는 말이다. 게다가 일본은 경박단소한 것을 좋아하지만 우리나라는 중후장대한 것을 좋아한다. 우리나라 동대문 의류 도매상은 소매상에게는 소매가격에, 소비자에게는 소비자 가격에 물건을 판다.

하지만 일본의 도매상은 내가 소매상임을 입증해야 자기네 가게에 들어올 수 있게 허락하고, 소비자는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한다. 우리나라는 구정을 주로 쇠지만, 일본은 신정을 지낸다. 일본은 가격보다는 품질이 더 까다로운 나라이다. 이처럼 우리가 잘 아는 것 같은 일본도 정말 많이 다르다. 그럼 일본에 수출할 때는 어떻게 팔아야 할지 방법론에 대한 원칙을 세워야 한다.

이제는 일본도 제법 가격이 까다로워졌다. 중국 등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수출하려 하니까. 북한은 어떨까? 북한에도 장마당처럼 시장은 있지만, 그렇다고 자유자본주의 시장은 아니다. 북한에는 은행도 없다. 같은 한민족이라고 해서 남한 사람들과 같은 소비성향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방글라데시나 영국처럼 전혀 다른 시장은 아니다. 어쩌면 익숙하다고 생각하기에 더 크게 당할 수도 있다.

3) 경쟁사 분석
결국 해외시장이나 북한시장 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경쟁자의 동향이다. 하늘아래 전혀 새로운 물건은 없다고 본다면 역시 남들이 어떻게 했는 지를 보고 이에 대한 발전적 대응책을 만들어내는 게 최상이다. 경쟁사에 대한 조사는 일반적인 통계조사로는 어렵다. 전체 시장에 대한 조사는 나올지라도 개개의 기업에 대한 통계가 나오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쟁사 분석은 통계적인 방법보다는 시장에서 그들의 영업 행태를 파악하여 본질적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조사에서 특히 경쟁사의 활동 범위와 특성을 알 수 있다면 향후 내가 진입해서 맞닥뜨리게 될 위험의 상당부분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이다. 경쟁사가 어떻게 해왔는지를 안다면 내가 그 시장에서 어떻게 할지,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도 알 수있다.

실제로 이런 일은 한국업체들이 해외에 진출할 때 많이 했지만, 우리의 후발주자인 중국의 기업들도 우리를 많이 모방한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업체들의 동향을 잘 살펴야 한다. 우리는 2010년 이후 북한과 거래한 경험있는 기업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남북교역이 시작되면 다른 나라처럼 경쟁 기업의 국적은 중국이 월등하게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남한 기업이 경쟁하게 될 기업의 소유구조는 중국인이 사장인 중국 기업, 북한내 근거가 있는 화교소유의 중국 기업, 단둥 신의주 등 중국 국경지역의 북한 정부 소유 국영기업, 북한 민간인 '돈주'와 합작한 명목상 북한 국영기업, 북한 주민의 밀무역을 주로 불법적 개인 기업 등이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