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사유를 인정하여 그 처분을 취소하였을 경우 동일한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 없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근 대법원은 "종전 처분에 대한 조세심판절차에서 원고의 심판청구 사유가 옳다고 인정하여 처분을 취소하였음에도,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하였다.
심판청구 등 과세처분에 관한 불복제도 및 관련 규정의 취지에 비추어, 동일 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다시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할 수는 없다. 이 판결은 이러한 기존의 법리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새로운 법리를 제시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전에 이와 같은 쟁점이 문제된 사안에서, 대법원은 종전 처분과 다른 사유를 들어서 새로운 처분을 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할 수 없고, 조세 부과처분에 대한 불복절차에서 판단된 것과 동일한 과세대상 및 사실관계에 대하여 동일한 원인으로 재처분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판단하였다. 과세 절차상의 잘못으로 처분이 취소되는 경우는 그 사유를 보완하여 다시 처분할 수 있고, 내용상의 잘못이 문제된 경우에 있어서도 기존 불복절차의 처분사유에 반하지 않는다면 그 사유를 보완하여 새로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처럼 새로운 처분이 종전 처분과 다른 사유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는 개별 사안마다 다르게 판단될 수 있는 것이어서 그 구분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사건에서 원고는 창업벤처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과세된 것에 대해 조세심판원에 불복을 제기하였고, 이 처분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되어 취소되었다. 그러나 감사원은 원고가 창업벤처중소기업에는 해당하지만 2013사업연도는 감면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 2013사업연도의 과세처분은 원고가 불복하여 조세심판원에서 이미 인용되었던 바 있다. 그럼에도 처분청은 감사원의 지적에 따라 2013사업연도는 감면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로 재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에서 이와 같이 이루어진 재처분이 기존 불복절차에서 종전 처분을 취소한 취지에 반하는 것인지가 문제되었다.
원심 판결은 원고가 창업벤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감면기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기본적인 사실 관계가 동일하거나 밀접하다고 볼 수 없는 별개의 사유라고 봄이 타당하고, 감면기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사유에 대해 피고가 면밀히 검토하였다면 이러한 사정을 알 수 있었다 하더라도 이 사건 재처분이 허용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그러나 이와 달리 대법원 판결은 이 사건 재처분은 종전 처분에 대한 조세심판절차에서 원고의 심판청구 사유가 옳다고 인정하여 종전 처분을 취소하였음에도, 동일사항에 관하여 특별한 사유 없이 이를 번복하고 종전의 처분을 되풀이한 것에 불과하다고 보아 원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세법은 과세관청의 처분에 대해 이의신청이나 심판청구와 같은 행정심판을 반드시 거치도록 하고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기술적 성격을 갖는 조세법률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고,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성을 존중한 결과이다. 그럼에도 조세심판원의 결정과 달리 특별한 사정없이 그 취지와 다른 처분을 허용하게 되면 행정심판제도의 자율적인 운영이나 그로 인한 납세자의 권익구제가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이번 판결은 동일한 과세원인의 범위를 폭넓게 해석함으로써 납세자의 권익구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된다. 대법원 2019.1.31.선고 2017두75873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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