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에서 활동해 온 프로축구선수에 대하여 국내에 항구적 주거가 있는 것으로 보고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는 원고가 이겼으나 항소심에서 뒤집힌 것을 다시 대법원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그 선수는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귀국하는 사정이 있었음에도 국내 체류일수는 평균 28일 정도였다. 물론 일본에서 일본세법에 따른 소득세 등은 전부 납부하였다.

국세청은 국내에 아파트를 소유한 반면 일본에서는 소속팀 제공 아파트에 체류하였으니 한일조세조약 상 조세권을 갖는 최종거주지가 국내에 있다고 보아 국내에 소득세납부의무가 있다는 논리였다.

양국에 같은 소득에 대한 세금을 내게 된 것이다.

세계 어느 세법이든 납세의무는 국적이 아닌 거주자라는 개념으로 정한다. 해외에 진출한 사업자, 프로선수, 해외근무자 등이 겪는 문제이다. 거주자의 개념이 각 나라마다 달라 이중거주자가 되어 세금을 거듭 부과당할 위험이 있다.

물론 조세조약에 따라 해결되는 경우가 많지만 여느 국제관계도 그러하듯 입장이 달라 분쟁의 소지가 많다.

각국이 자국에 유리한 쪽으로 세금을 걷으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당사자는 해외납부세액 공제제도가 있기는 하나 이중과세 문제로 인한 고통이 항상 따라 다닌다. 거주자의 개념이 분명하다면 당사자는 그에 따라 자신의 세금문제에 미리 대비할 수 있다.

우리 세법의 거주자 개념은 기계적이지 않다. 중대한 이해관계 등 추상적인 개념을 집어넣어 세무공무원의 판단재량을 남겨두고 있다. 미국에서는 1 년 365일을 나누어 절반 이상 여부로 정해서 우리와 같은 다툼은 없다.

우리는 분쟁이 그치지 않는다. 종전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구리왕, 선박왕, 완구왕 사건 모두 거주자에 대한 다툼이었다.

우리 세법은 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 것일까? 해외에 나가 돈 좀 벌었으니 애국심을 발휘하여 한국에 세금을 내라는 정서가 깔려 있지는 않을까?

그렇지만 이 사건의 프로선수의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세금을 다 내고서도 국내에 아파트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국내에 항구적 거주지가 있다고 한다면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다행히 승소하게 되었지만 패소하였다면 부득이 국내 거주자로 몰리지 않기 위해 아파트를 파는 등 대책을 찾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해외소득자의 나라사랑은 세금으로 강요할 것은 아니다. 해외사업에서 많은 자산을 축적한 인사들은 구리왕 사건 등의 파장으로 세금이 무서워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투자도 하지 않으려 한다. 성공한 해외 사업가를 내쫓는 일이다.

오히려 국내에 재산을 들여 와 조국을 위해 쓸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애국의 길이 아닌가?

조그만 세수 증대를 위하여 애매한 잣대로 마구 국내 거주자로 보는 세정은 애국이 아니다. 소탐대실의 표본이 아닐까? 세법의 거주자 규정은 이제 누구에게나 명확하게 바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