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개신교 vs 불교계 갈등으로 확산될까 우려
조계종 "지도자로서 타인 존중과 포용 못해...자연인으로 돌아가야"
보수개신교 "종교의 자유, 욕먹을 일 아냐...훈계는 월권·인권침해"◆…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부처님오신날인 12일 오후 경북 영천시 은해사를 찾아 봉축 법요식에 참석해, 다른 참석자들과 달리 합장과 절을 하지 않고 두손을 모은 채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등 보수성향의 개신교 진영은 지난 12일 '부처님오신날(석탄일)' 봉축 법요식때 합장 등 불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비난한 대한불교조계종을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기독교인의 사찰 불상 훼손 등으로 기독교와 불교 간 마찰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가운데 불교계가 야당 정치 지도자의 종교행위에 대해 간섭하고 나섬으로써 자칫 종교 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한기총은 23일 입장문을 통해 "'황교안 대표가 자기 신앙에만 집착한다면 사퇴하라'는 조계종의 불순한 배경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며 "불교 지휘부가 좌파 세상으로 가려 하는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기총은 이어 "정당 대표가 종교 행사에 참여할 수 있지만 종교 의식을 강요하는 것은 개인의 종교에 대한 자유를 억압하고 강요하는 행위"라며 "불교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정당 대표에게 '자연인으로 돌아가라'고 한 것은 표를 가지고 좌지우지하려는 행위"라고 질타했다. 한교연도 이날 대표회장인 권태진 목사 논평을 통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합장을 그대로 따라한다면 잘 보이기 위해 시늉을 하는 것이지, 이를 진정한 예의라 할 수 없다"며 "그런 점에서 황 대표는 불교에 대해 예를 다하지 않았다고 욕먹을 일이 전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가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며 “종교의 자유와 양심·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보장된 나라에서 특정 종교의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이런 편향적 비판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게 과연 정상(국가)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 대표는 지난 12일 경북 영천시 은해사에서 열린 '부처님오신날' 봉축 법요식에 참석했으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합장과 절을 하지 않고 두 손을 모은 채 앞을 응시하는 등 불교의식은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22일 황 대표의 이런 행태에 유감을 나타내며 "황 대표가 믿고 따르는 종교와 신앙생활을 존중하나, 황 대표가 스스로 법요식에 참석한 것은 자연인 황교안이나 기독교인 황교안이기 때문이 아니라 거대 정당의 대표로서, 지도자로서 참석한 것이 분명함에도 개인의 생각과 입장만을 고집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논란이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조계종은 이어 "정치인, 특히 지도자들이야말로 서로 다른 입장과 견해를 존중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자세를 가장 잘 실천해야 할 당사자들"이라며 "설사 내가 섬기지 않는 스승이라 하더라도 그 예를 갖추는 것조차 손사래를 칠 정도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우리 사회를 행복하게 이끌고 나갈지 우려된다"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남을 존중하고 포용하기 보다는 오로지 나만의 신앙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자 한다면,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서 개인의 삶을 펼쳐 나가는 것이 오히려 개인을 위한 행복의 길이 될 것"이라며 대표직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기총 등 보수개신교 단체들은 "조계종이 황 대표에게 '공당의 대표직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독실한 신앙인으로 개인의 삶을 펼쳐나가라'는 식으로 훈계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월권이자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언론에 대해서도 "기독교 신자인 김영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모두 합장했는데 황 대표가 합장을 안했으니 잘못됐다는 식으로 쓰고 있는 것은 의도성을 가진 편향적 보도"라며 "우리나라가 과연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나라인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개탄했다. 우리나라는 수많은 종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종교 갈등이 없는 국가다. 일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례들이 없지는 않으나 사이비 종교를 제외한 정통 종교간 갈등으로 비화된 사례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바탕에는 한국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김영주, KCRP)라는 종교 협의체가 있다. KCRP는 지난 1965년 6대 종단(천주교, 개신교, 불교, 유교, 원불교, 천도교) 지도자들이 모여 대화를 가진 것이 시초다. 1986년 아시아종교인평화회의의 서울 총회를 계기로 한국종교인평화회의라는 단체로 출범했고 한국민족종교가 더해져 현재 7대 종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종교간 갈등과 분쟁의 소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 상호 협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을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는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신이 믿는 신앙과 다르다고 해서 비난하거나 차별해서는 안되며, 정치적인 목적으로 종교가 이용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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