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국내에서 강제징용된 피해자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보상금을 지급해달라며 소송을 냈지만 각하됐다. 2017년 제주항에서 열린 일제강제동원 노동자상 건립 제막식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시절 국내에서 강제동원된 피해자가 국외 강제동원 피해자와 동일한 보상을 해달라며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소송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며 각하했다.

각하 판결은 절차적 요건이 미비해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므로 내용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11일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인 김영환 할아버지가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일제강점기 국내강제동원 피해자보상지급 청구소송에서 "외교부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형식에 맞지 않다"며 김 할아버지의 청구를 각하했다.

재판부는 "행정소송상 보상금 지급을 요구할 수 있는 상대방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국가로 한정된다"며 "외교부장관은 국가의 부속청에 불과하기 때문에 보상금을 줄 수 있는 기관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국내 징용피해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과 관련한 법률이 없다는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서도 "법률 제정은 국회에서 해결할 문제로써 법원에서는 다툴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95세인 김 할아버지는 일제 강점기에 국내에서 노무자로 동원돼 강제 노역한 피해자 중 한 명으로 보상금 880만원 및 매년 말일에 80만원을 지급해 달라고 외교부장관에 요구했다.

또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를 보상에서 제외한 한일 청구권 협정은 '외교부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외교부 측은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절차는 행정안전부의 소관'이라면서 보상금 지급 여부를 결정할 권한이 없다며 김 할아버지가 제기한 소송은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자신을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의 아들이라고 밝힌 한 방청객은 "아버지는 1943년도부터 2년간 함경남도 원산에서 강제 노역을 하다가 불과 해방 이틀 전에 돌아가셨지만 정부에서는 보상금 지급 근거가 없다며 보상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며 "국내 강제동원도 엄연한 피해자인데 국외와 차별을 둬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