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문이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속담은 백번 듣는 것 보다 한번 보는 것이 낫다는 뜻이다. 음식도 먹어봐야 맛을 알고, 옷도 입어봐야 잘 맞는지 알고, 집도 살아본 후 내 집이다. 서비스도 실제 이용하면서 효용이 느껴진다. 손톱손질, 머리매만지기도 비쌀수록 만족도가 커지게 마련이다. 모든 물품과 서비스가 현물을 보면서 결정한다. 가격은 품질과 수량 및 서비스 만족도에 비례해서  매겨지며 소비자의 만족도와 비례하게 된다. 

그런데 유독 회계서비스는 일반 상거래논리와 관련이 없거나 오히려 반대이다. 아무리 큰 기업도 숫자의 단위가 달라질 뿐 재무제표한장으로 다 볼수 있다. 왼쪽과 오른쪽에 숫자가 100만원, 100억원, 100조 단위로 나열되어 있고, 자산과 부채계정에 알만한 단어가 일목요연하게 배열되어 있을 뿐이다.

다른 제품과 서비스는 제작자가 만들거나 제시한 것 자체로 외관이 보이고 실물을 매만질 수 있으니 물리적으로 신뢰가 간다. 그러나 회계는 작성자가 아무리 화려한 종이에 금줄로 장식해도 차별화가 안되고 그대로는 어떤 믿음도 안간다. 특히 회계는 실제보다 잘 보이려 애쓰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립된 외부감사인이 공정한 외부감사를 통해 적정하다고 평가해줘야 최소한의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회계투명성은 작성자 본인과는 독립되고 공정한 외부감사인의 보고가 절대적이다. 현재의 외부감사법률제도에서도 외부감사는 법제화되어 있는 반면, 임의선임방법이면서 공정한 외감수행가격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현실에서 재무제표작성기업이 혈·지·학연 등의 다양한 연고방식으로 외부감사인을 자유로이 고르고, 가격도 여러 군데 견적과 입찰을 받아 최저가 수준에서 결정한다. 회계감사자료나 입증정보를 제시함에 있어서도 재무제표작성자가 완전 통제하는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외부감사보고서는 외부의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믿고서 이용할 수준이 못된다고 여겨져 한국의 회계투명성은 최하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 재무제표와 외부감사보고서가 외부인에게 믿음을 제대로 주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기업내부구성원 대부분에게도 우리회사 회계가 신뢰를 받지 못하고 관심밖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스위스경영개발원(IMD)의 회계투명성평가설문에 대한 한국기업경영자들의 솔직한 답변이 결국 총체적으로 63위로 집계된 것이다.

이는 기업내부경영진들이 다른 기업재무제표를 대체적으로 못 믿는다는 의미이다. 반대로 우리회사 재무제표도 믿기 어렵다는 반증이다. 우리회사의 각 부서 거래내용과 실물자산·부채의 재무재표반영과정과 재무보고 및 외부감사과정에 대해 기업내부 임직원 대부분도 확신을 못 가지니, 국제적 종합평가는 낮을 수 밖에 없다.

재무제표의 최종결과는 왼쪽(차변)과 오른쪽(대변)이 양쪽바퀴처럼 일치하고, 알만한 계정과목과 숫자의 배열로 구성되니 이해하기도 쉽다. 그러나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의 총숫자가 집계되어 나오는 모든 거래와 전과정을 외부감사인이 일일이 쫓아다니며 재확인하지 않는 한, 최종집계숫자에 대한 확신은 서지 않는다.

이러한 모든 거래와 관련숫자를 외부의 독립자가 내부통제검토와 표본샘플조사 및 중점항목전수검사·일부외부조회 등을 통하여, 모든 거래와 전과정의 전수검사와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외부감사활동이다. 외부감사결과는 재무제표작성자 이외 기업내외부의 이해관계자와 채권자·주주·국가·전세계분석기관 등을 위한 절대 공공재이므로, 감사인은 독립성 있게 선임되고, 공정·충실한 감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데 개정될 외감제도에서도 기업의 외부감사인 자유선임권과 가격결정권은 계속 보장될 모양새다. 외부감사의 절대공공재성, 공익보호성, 불특정다수이용성을 착안해야 되는데, 외부감사가 자유경쟁재의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경쟁을 촉진할 공정거래대상으로 방치된 것이 거대분식회계사기의 치명적 문제를 야기해 왔다.

회계의 추상성과 공익성으로 인해 서비스경쟁은 자연스레 가격경쟁만 유발하여, 외부감사는 기업과 청년회계사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그리고 간혹 거대분식회계사기를 걸러내지 못한 외부감사보고서는 공익피해의 일정부분 원인이 되어 국민대중으로부터도 큰 질타를 받고 있다. 성원받아야 할 외부감사가 원성(怨聲)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 따라서 투명회계와 외부감사가 정부업무보다 더 절대적인 공공재임을 모두 공감한다면, 지정감사공영제와 가격법제화도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