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제6차 핵실험에 놀라면서 다시 한번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는 사자성어가 절실하다. 그동안 “설마” 또는 “같은 민족”인데 라는 안일함과 안보불감증이 북핵 인질로 우리를 가두었다. 자체 핵무장하자는 주장도 한국을 포위하고 있는 4강과 대외무역의존도를 생각하면 실현하기 어렵다.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라는 핵우산이라도 빌려 쓸 수 있다면 좋으련만, 이젠 북핵 앞에 미국 스스로도 본토안전 때문에 선뜻 제공하기가 복잡하다. 재래식 비대칭무기가 아무리 많고 강해도 핵 한방에는 추풍낙엽이다. 북핵을 자체 핵개발로 맞설 수 없다면, 외교전략과 평화적 압박 및 주변 4강과 유엔의 국제적 공조협조에 능동적 노력을 기울이고 성공을 학수고대해야 한다. 그런데 한미FTA폐기가 언급되고, 첨단고가무기를 팔고 싶어하는 미국의 자국이익우선과, 일본의 전쟁위기부추기기,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압박 외면속에 우리는 고립무원(孤立無援)상황이다.

역사상으로도 한국인은 태평성대시 유비무환을 잊고 있었을 때 혹독한 외침을 당했다. 유비무환이라는 개념은 한국기업의 회계투명성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그동안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의 모방전략으로 선진국 바로 뒤로 따라 잡았으나, 이젠 우리나라 기업 스스로가 창의와 신기술로 새로운 시장과 거래를 리드해나가는 기술 선도자(first mover)가 돼야 한다. 새 시장과 신규거래를 만들어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제품차별화와 기업의 성공존속 신뢰성이다. 기업신뢰성을 얻는 최초의 자기수단이 신규거래를 내포하는 재무제표이고, 외부적으로는 독립된 감사인의 소신있는 감사보고서이다. 유비무환이란 단어에서, 有備(유비)를 독립된 외부감사보고서라고 비유한다면, 無患(무환)은 걱정없는 믿음으로 대응된다.

한국은 재무제표와 외부감사보고서가 믿을 만하지 않다고 해서, 회계투명성이 OECD 국가 중 내리 바닥권이다. 기업재무상태와 경영실적에 대한 믿음이 없으니, 새로운 거래를 창출할 수 없고 신시장을 선도할 수 없다. 즉, 한국기업은 회계투명성과 외부감사라는 신뢰수단이 제대로 구비되지 않아, 걱정거리가 많은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상태인 것이다. 상위 10대 재벌이 모두 세습오너회장이 내부에서 경영하는 가족경영기업이고, 일감몰아주기용 자회사가 그렇게 많다. 有備無患이어야 할 외부감사인을 오너가문이 직접 선택하니 無備(무비)가 되는 것이고, 따라서 외부이해관계자들의 근심걱정이 들끓는 有患(유환)상태가 지속된다.

우리나라의 현행 자유선임감사제도는 유비무환(有備無患)개념이 아니고, 독립성이 침해된 감사보고서는 무비유환(無備有患)의 애물단지이다. 그래서 20년 전 대우그룹부터, 최근의 대우건설·대우조선해양 및 기타 거대기업의 초대형분식회계사기가 연발되어 왔다. 선량한 투자자들이 커다란 손해를 입어왔고, 정부의 공적자금투입으로 거대기업의 붕괴를 막아 그나마 국제신용도를 유지해왔다. 공적자금투입이 없었다면, 국제적 왕따가 되어 기업들의 활발한 해외진출과 대외무역도 어려웠을 것이다.

외부감사는 모든 기업이 분식회계를 한다고 해서 받는 것이 아니다. 일부의 불량기업이나, 우량기업이었으나 분식회계에 빠져들기 시작하는 위기기업을 걸러내기 위해, 선량한 기업도 모두 독립된 외부감사를 받아야 한다. 이는 0.01% 이하의 테러가능자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계 여행자를 공항에서 철저히 검색하는 것과 같다. 여행객이 공항검색대와 검색자를 임의선택할 수 없고, 이들에게 검색보수도 직접 지급하지 않으면서, 소지품을 전부 꺼내 보여준다. 그래야 본인은 물론 다른 탑승객 모두가 안전해진다. 이와 같은 유비무환적이고 제대로 된 공항검색시스템과 같으려면, 외부감사는 지정감사공영제로 운영되면서 감사가격도 정부가 결정고시하여야 한다. 허술한 공항검색은 비행기테러를 유발하고, 감사인자유선임에서는 악덕기업의 분식회계유혹과 이로 인한 부실감사압박을 차단할 수 없다.

외부감사는 기업의 숨겨진 속까지 홀딱 벗기는 감시·조사·공항검사급이어야 한다. 감사(監査)하면서 감싸주고, 감사(感謝)해서는 안된다. 그러나 현행의 기업자유선임제도에서는 매년 연속계약이라는 당근이 있으므로, 채찍을 들고 독립적으로 감시·감사(監査)하기 어렵고, 늘 감사(感謝)해 마지 않는다. 자본주의 파수꾼답게 감시하고, 엄격한 공항검색자답게 소신있게 털어볼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을 외부감사인에게 주어야 한다. 이게 전면지정감사공영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