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앞두고 성은이 귀국했다.

회사를 팔기 위해 오사장은 상해에서 근무하는 날이 많아졌다.
방여사는 성은이도 옵션을 빨리 배우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미소와 성은이를 미국으로 보내 금융공학을 공부시킬 계획을 세웠다.

미소를 처음 봤을 때는 미국의 영화쪽이나 사교계에 데뷔시켰으면 했다.

그러나 미소가 끼가 없었으므로 일단 중국에 보내 진로를 모색코자 했으나 홀로 남겨진 어머니 때문에 귀국했고 자연스레 기강원으로 출근, 옵션을 하게됐다.

의외로 옵션쪽에 재주가 있는 미소를 발견하면서 미국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던 것이다.

추석날 신(申)시에 커피타임을 가졌다.
경식과 두 아들, 공총장 가족, 오사장 가족과 미소, 모두 11명 이었다.
새로운 인연에 맴버가 늘어나자 사무실 마련이 급선무로 떠올랐다.

오사장이 회사의 빌딩을 한 층 내어 주겠다고 했다.
한 층의 실평수는 거의 200평 가까이 됐으므로 2억 보증금에 월 2000만원 이상은 할 것이었으나 절반의 조건으로 사용키로 했다.

<오사장님, 가능하면 7층이나 9층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자, 밖에선 오늘이 추석이라 차례를 지내고 가족들이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들을 나눌테지만 우리가 모이면 계수지공(癸水之功)공부는 해야합니다.>

호흡에 이어 명리를 공부했다.

<추석인 오늘의 기운은 병신년, 정유월, 경자일인데 시는 언제가 가장 좋겠습니까?>

공총장은 알면서도 입을 닫고 있었고 경식의 가족은 문외한이라 벙어리가 됐으며 방여사 가족은 실력이 모자라 멋적은 웃음만 흘렸다.

<성은이와 미소도 모르겠는가?> 하고 묻자 둘은 민망해 했다.

<아니 이렇게 쉬운것도 몰라? 경자일의 시는 丙子 丁丑 戊寅 己卯 庚辰 辛巳 壬午 癸未 甲申 乙酉 丙戌 丁亥 가 있는 것은 알겠지? 년과 월에 병과 정이 있으니, 병자 정축 병술 정해시는 제외하고 경진 신사시는 일주가 경자이니 쓰기 어렵지? 계미시는 경금봉계수필부라 하였으니 못 쓰고, 기묘시도 별로니 남은 것은 무인 임오 갑신 을유 일세.>

이때 방여사가 손을 번쩍 들더니 벼락같이 외쳤다.

"아, 알겠다! 甲申時!"

그러자 공총장이 "정답!" 하며 맞장구를 쳤다.

<좋은 시는 아무리 안 좋은 날이라도 1개쯤은 나오고 운명적으로 썩은 날에 태어나도 좋은 시를 얻고 어느 정도 대운의 흐름이 돌아오면 말년의 삶과 후손은 좋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아무리 좋은 명으로 태어났어도 대운의 흐름과 조상의 덕이 맞물리지 않고 좋지 못한 후손이 태어나면 비참한 인생이 되고 말 것입니다.>

경식과 두 아들은 학교 공부는 탁월했지만 계수지공에는 둔재였다.
눈만 꿈벅이다가 가장 먼저 일어났다.
경식의 큰아들은 미소에게도 끊임없이 눈길을 보냈고 먼저 일어나는 것이 못내 아쉬운듯 했다.

방여사는 "오늘 명리공부는 참 좋았습니다." 하며 하와이안 코나를 한봉지 내놨다.

하와이안 코나, 블루 마운틴산 커피는 커피 중에서는 명품에 속했고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커피이기도 했다.

<어머니 혼자 계실테니 먼저 일어서시게.>

미소를 쫓아내다시피 내보냈고 공총장은 눈치를 보다가 오사장과 내가 할 얘기가 있음을 짐작하고 일어섰다.

오사장과 방여사, 성은이가 남았을 때 "상해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고 오사장이 말했다.

→ 73편에 계속
한정희 명리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