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점식 회계사가 진도전망대 명량해전체험관에서 직접 촬영한 거북선실물사진(1867년 일본 니가타현 성벽공사 중 발견된 그림)

이순신 장군이 일본군과의 26번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고 역사에서는 기록돼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것은 화포기술이었다. 고려 말부터 왜군 퇴치를 위해 개발한 화포를 이순신 장군은 승리의 비책으로 준비, 조선 수군에 집중 배치한 후 항상 조총의 사거리 밖에서 화포로 적선을 깨뜨리는 전략을 사용해 승리했다. 하지만 전쟁이 화포로서만 해결되지는 않는다. 우선 수군 병사들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먹을 식량을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조선 수군에게 양식을 공급하는 것은 전쟁 초기부터 고민스런 문제이었다. 임금인 선조는 일찍이 의주로 피난을 가 버리고 쌀 한 톨 공급해 주지 않는 조선 정부에 기댈 수 없었다. 때문에 이순신 장군은 자체적으로 이를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장군은 전쟁 초기에 해안 인근 9개 고을에서 조세를 거둬 식량을 해결하려 했으나, 육군과의 경합으로 이 방법도 조선 정부가 승인을 하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 장군은 이전에 두만강에 있는 녹둔도에서 둔전을 관리한 적이 있었다. 그는 둔전제를 통해 식량을 조달하기로 하고 1593년 윤11월 선조에 장계를 올려 승인을 받았다.

주로 섬에 피난민을 보내 농사를 짓게 한 뒤 생산된 곡식의 반을 거둬 조선 수군의 식량으로 사용했다. 이 방법을 실시했던 지역은 도양장과 흥양장, 고금도의 황원목장, 여수의 돌산도, 흥선도, 한산도의 해평농장, 고이도, 절이도(진도에도 둔전리가 있는 것을 보면 진도에도 둔전이 실시되었음에 틀림없다)등이다.

전쟁 통에 조선 정부는 징세를 제대로 할 수도 없었고, 국민들을 왜군으로부터 지켜 주지도 못했으므로 이들 둔전 설치 지역에서 이순신 장군에게 징수권을 넘겨준 셈이다. 이순신 장군은 이 둔전제를 설치한 지역을 안전하게 지켜 냈고, 둔전에서 생산된 곡식이 조선 수군을 승리로 이끈 가장 큰 힘이 되었다.

둔전을 관리할 책임자로는 정경달 장군이 임명됐다. 그는 전라도 장흥 출신의 성실한 사람이었다. 정경달 장군은 원균의 모함으로 한양으로 이순신장군이 압송될 당시 목숨을 걸고 상소를 올려 구명까지 할 정도로 불의를 보고는 참지 못하는 성격의 참 군인이었다.

이순신 장군은 그의 성실성을 신뢰했으므로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많은 식량 조달의 총 책임자로 정경달 장군을 임명했고, 둔전제를 실시한 것이 7년 전쟁을 승리로 이끈 원동력이 됐다. 장군이 건조한 70-80척의 배와 7천명을 넘는 수군을 유지한 것은 둔전제를 통한 식량과 전비 조달을 통해 가능했다.

이처럼 이순신 장군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수군 장군이었지만 한편으로는 당시 최고의 세금 전문가이기도 했다.

둔전제라는 토지제도이자 세금제도를 적용하였을 뿐만 아니라 1597년 울돌목 전투 이후에는 비상 시 특별세인 '해로통행첩'을 통한 바닷길 통행세를 적용했다.

한편 둔전제를 책임진 핵심참모였던 정경달 장군의 후손은 훗날 사회주의를 신봉하다 북한 고위직에 오르게 됐고, 남북 분단 후 두 아들은 이산가족의 슬픔을 안은 채 비극 속에 격리된 세월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됐다.

남북화해가 이뤄져 가는 이 시점에 우리는 분단으로 인한 비극을 넘어 이젠 포용과 화해의 길로 가야 할 것 같다. 더구나 둔전제를 통해 국가를 구하고 임진왜란 승리의 주역이었던 정경달 장군의 집안도 이젠 장군의 공적을 고려 화해로 감싸면서 이 시대에 비극을 넘어서는 해결책을 찾아보자.